韩译中散文翻译 || 아름다운 빚-美丽的债

虽然我巴不得像最近电视里那些人一样

脸皮一厚装不知道得了,

但对那些到《泉水》专栏结束为止一直陪着我的读者

我实在没法儿这样。

图片来源视觉中国

本文译自 장영희作者《아름다운 빚》一文


강원도 홍천군 희망리라는 곳에 용간난이라는 할머니가 산다. 1979년 어느 날, 할머니의 남편은 약초를 캐러 갔다가 담뱃불을 잘못 떨어뜨리는 바람에 국유림의 일부를 태웠다. 국유림 관리소는 할아버지에게 산불 피해를 입힌 죄로 벌금 130만 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살림이 극도로 어려운 정황을 참작해서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할아버지는 중풍을 앓다가 숨졌고, 간난이 할머니에게 "나 대신 벌금을 꼭 갚아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在江原道洪川郡希望里,住着一位叫龙姜兰的奶奶。1979年的某天,奶奶的丈夫在采草药时把烟头一扔,引起了一片国有森林的大火。国有林管理所的人对引起山林着火的爷爷处以130万韩元的罚款(约7600元人民币)。但考虑到爷爷本身生活就已经很困难了,允许他分期付清罚款。可是没过多久爷爷就得中风去世了,给姜兰奶奶留下“要替我把这罚款交上”的遗言。

할머니는 넷이나 되는 자녀를 혼자 키우면서도 매년 형편에 따라 3만 원에서 10만 원에 이르는 벌금을 꼬박꼬박 납부했다. 너무 늙어 농사를 지을 근력조차 없어지자 일당 7천 원의 허드렛일로 살아갔는데, 그래도 돈을 모아 단돈 몇만 원이라도 해마다 빚진 벌금을 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01년 가을에 드디어 벌금을 완납하고 나서 할머니는 말했다. "이제 빚을 다 갚았으니 20년 동안 답답했던 가슴이 후련하다. 저승에 간 남편도 이젠 편히 쉴 수 있겠다"고.

奶奶一边独自抚养着4个子女,一边每年按实际情况交3万至10万的罚款,一点一点还上。年事已高,连干农活儿力气都没有的奶奶,只能做着7千元的杂活儿维持生计,即使如此她也攒下钱年年还着罚款。20年之后,奶奶总算在2001年的秋天把罚款都还清了,说道“现在终于都还上了,这20年来闷闷的心总算豁然开朗了。我先走一步的丈夫现在能安心休息了”。

잡지에서 읽은 내용이다. 요즘처럼 남의 돈 수백억 원을 먹고도 시침 뚝 떼고 오히려 큰소리치고 사는 사람이 수두룩한 세상에 간난이 할머니의 이야기가 마치 먼 나라 얘기처럼 신기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렇게 오래 걸려야 갚을 수 있는 액수였다면 그냥 '돈 없으니 어쩔 거요. 날 잡아 잡수'하고 버티거나 아예 야반도주해 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할머니는 20년 동안 뼛골 빠지게 돈을 벌어 빚을 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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这是我从杂志上看到的故事。像现在吧,借了几百亿不还,整天装蒜还活得很滋润的人比比皆是,像姜兰奶奶这样的故事听起来就像是发生在另个世界一样,想想都觉得很神奇。像这样需要很久才能还清的债,不如就死扛着“我就是没钱怎样咯。你把我抓走好啦”,或是像夜半逃走一样回避问题,可姜兰奶奶却在20年间累死累活赚钱把债给还上了。

평상시에 나도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은행 빚으로 투기를 하거나 남의 돈을 먹고 종국에는 틀통이 나서 감옥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런 뻔뻔스러운 인간들이 있나' 하고 혀를 끌끌 찼는데, 내가 간난이 할머니처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平时我也觉得自己是欠着债就活不下去的性格,所以我看到那些借了银行钱去投机,或是拿了别人的钱最后搞破产进监狱的人吧,就不禁咂舌“怎么会有那么厚颜无耻的人”,但我也不知道我自己是不是能做到姜兰奶奶这个份儿上。

4년 반 만에 월간 <샘터>의 '새벽 창가에서' 칼럼 연재를 끝내며 바로 그런 느낌, 참으로 많은 빚을 지고 떠난다는 느낌을 가졌다. 그동안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독자들에게서 받은 관심과 사랑은 내게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四年半前的月刊《泉水》中,我有个连载的专栏叫“在凌晨的窗边”,在那时我也有这样的感觉,既然已经欠了那么多稿,不如就直接逃走吧。因为那时候能见面的和未能见面的读者们给到我的关心和爱,就原封不动地变成了我所欠下的感情债。

제일 큰 빚은 독자들이 주는 편지에 제대로 답을 못 했다는 것이다. 내게 소위 '팬 레터'를 보내는 독자들은 대충 세 부류로 내눌 수 있는데, 첫째가 군인들, 둘째가 감옥에 있는 수인들, 그리고 결혼한 지 꽤 돼서 웬만큼 자란 아이들이 있는 아줌마들이다. 엄격한 규율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군 생활을 하면서도 내게 쓴 편지들(주로 상관들 몰래 화장실에서 <샘터>를 읽고, 그래서 화장실에서 내 글을 만난다고 했다), 바깥세상을 그리며 간절한 마음으로 감옥에서 쓴 편지들, 그리고 우리나라 국력이 원천인 아줌마들이 보내준 편지들.

这其中最大的债,可以说是没法儿好好给每位来信的读者回信这件事了。那些给我写的所谓“粉丝的信”主要来自三类读者群,第一种是军人们,第二种是在监狱服刑的犯人们,还有一种是已经结婚很久,有着说起来挺自豪的孩子的阿姨们。在严格纪律下过着不自由的军队生活,却还给我写信(由于长官们主要是偷偷在厕所读的《泉水》,所以他们说信也都是在厕所里写的),在监狱里想着外面的世界,用隔着墙的心给我写信,还有就是我们国家国力源泉的阿姨们给我写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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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른 곳에서 각양각색의 삶을 살지남 나름대로 외롭고 힘든 처지에서 나로부터 따뜻한 위로 한마디나 격려 한 줄을 기대했을 테지만, 일일이 다 답을 못 했다. 편지를 읽을 때마다 시간이 나면 꼭 답장을 해야겠다고 보관은 해두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쌓인 것이, 이제는 와이셔츠 상자 하나 가득이다. 그래도 이제 그 상자는 내게 그 어느 여왕의 보석 상자보다 더 귀한 보물 상자이고, 만약 우리 집에 불이 나면 그것부터 챙길 참이다.

在世界的各个角落,过着各种各样的生活,独自置身在艰难处境中的他们,期待着那么一句抚慰或是哪怕就一行字的激励,但我没能一一都回应到。每次读信的时候,总想着一有时间定要回信,好好地把信都给收起来,可结果只是日复一日地拖延着越积越多,现在已经彻底装满我的一个衬衣箱子了。这箱子于我而言是比女王的宝石箱更宝贵的宝物箱,如果我家着火我肯定第一个把它带走。

무엇보다도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 위로를 많이 받았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는 데다가 생활 반경이 좁아서 딱히 다른 글감이 없는 나는 한 달에 한 번, 그냥 내 마음 그대로를 고백했다. 가끔은 교수라는 직업 때문에 체면이 좀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숨김없이 내 마음을 고스란히 내어 놓았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면 못나고 삐뚤어진 나를 누군가 있는 그대로 받아 주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조금은 더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들은 나의 고해 사제였다.

不管怎么说,写文的时候我总是能得到许多关爱。每天都过得很日常,生活半径也很窄小,我显然没有其他什么题材能写的,所以每个月都会有这么一次,就直直白白和大家告白我的心情。有时候因为教授的身份我比较在意面子,但每当这时都会毫无保留地交出我的心。因为有这么一个过程,怂气又孤僻的我就觉得大家都能好好地理解我,所以我并不为我的生活方式感到不好意思,还有了些更光明磊落堂堂正正去生活的信心。从这个层面上来说,读者们都是我的告解神父呢。

며칠 전에는 한 중학생이 느닷없이 전화로 인터뷰를 청해 왔다. 학교에서 수행평가 과제로 장래에 자기가 갖고 싶은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질문 중 하나가 '선생님은 외다리라는데, 외다리로 살아가는 게 많이 힘드시지 않습니까?'였다. 아마 어디서 내가 목발을 짚고 다닌다는 소리를 듣고 와다리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사실 내가 장애인은 맞지만 와다리는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구태여 고쳐 주기가 뭣해서 그냥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서 별로 힘들지 않다'고 답했다.

几天前有个中学生冷不丁给我来了个电话,想做电话采访。因为他们学校有个品德评价作业,是说让他们和将来想要做的职业的人见面。但他的问题中有一个是“老师您是独腿的残疾人,像这样的生活应该很累吧?”。大概他是在哪里听过我拄着拐杖走路的事情,所以觉得我是独腿残疾人吧。其实我虽然身有残疾,但并不是独腿,我本来想跟他解释解释,但转念一想何必呢,就回答说“人们给了我许多帮助,所以不是很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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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그것은 결코 거짓말이 아니다. 어차피 와다리와 마찬가지로 목발 없이는 걷지 못해 늘 남의 도움을 받으며 살기 때문이다. 몸뿐인가,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휘청휘청 늘 중심을 못 잡고 살면서 어딘가 허전하고 기대고 싶은 외다리 마음이, '새벽 창가에서'에 기대어 손을 뻗고 함께 삶을 나누면서 중심을 잡았다.

仔细想想这也绝对不是说谎。因为我反正是和独腿残疾一样,没有拐杖就没法儿走,生活中总是在接受他人的帮助。不止身体上,精神上也一样。原本总颤悠悠没精神地活着,在独腿谣传里的我,是“在凌晨的窗边”专栏向我伸出手,让我找到生活的意义。

그래서 이 엄청난 빚을 어떻게 다 갚아야 할지...... 요즈음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시치미 떼고 나 몰라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래도 <샘터>에 칼럼까지 쎴던 사람이 그럴 수는 없고, 간난이 할머니처럼 앞으로 오랫동안 조금씩 분할해서 갚아 볼까 한다. 그리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남의 삶에 조금이나마 어떤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할 수 있다면, 나는 감히 그것은 '아름다운 빚'이라고 부르고 싶다.

所以说这么大的债我该怎么样才能全还上呢……虽然我巴不得像最近电视里那些人一样脸皮一厚装不知道得了,但对那些到《泉水》专栏结束为止一直陪着我的读者,我实在没法儿这样。我还是要像姜兰奶奶那样,在将来很长一段时间里慢慢地一点点还上。如果还债的时候,我能给别人的生活带去哪怕很微弱的帮助也好,我想冒昧地称它为“美丽的债”。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혹시라도 무심히 쓴 내 글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상처를 주었거나 누군가를 힘들게 했다면 용서를 빈다. 늘 의도와는 달리 남에게 용서받을 일을 하게 되지만, 성서에 "사람을 받은 일이 적은 자는 적게 사랑하느니라"(루가 7장 47절)라는 말이 있듯이, 그렇게 나의 잘못을 용서받으면 내가 더욱더 사랑을 잘할 수 있는 사함이 되고, 그래서 아름다운 빚을 갚을 의지를 더욱 다지게 될지도 모근다.

即使我很努力不想给任何人带去伤害,但如果我的文字中有不小心让人不快,让人觉得不舒服的地方,我在这儿请求你们的原谅。虽然总是会为了这样无意的过失来道歉,但和圣书中说的那样“赦免少的、他的爱就少”(路加福音第七章第四十七节),像这样能更多原谅我的人,也就能成为有能力爱更多的人,我也不知道是不是因为这个理由,反而让我还债的心更坚定了。

"독자 여러분, 칼럼 연재는 끝났지만 마음은 늘 여러분 곁에 머물 것입니다. 그리고 제 곁에도 항상 여러분이 함께한다는 것을 기억할 겁니다. 이제껏 우리가 함께 나눈 용기와 인내,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제 마음의 샘터가 되어 외다리라도 넘어지지 않게 받쳐 주는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빚을 지고 떠나기 전에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고백합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读者朋友们,虽然专栏连载已经结束了,但我的心会一直停留在你们身旁。而我也会记住一直在身边陪伴着我的你们。到现在为止,我们一起分享的勇气与隐忍,与爱有关的一切故事,都成为了我心中的‘泉水’,就算我是独腿残疾,你们也会成为我永不倒下的支柱。在我欠下这些美丽的债逃匿之前,想向你们做个最后告白。朋友们,感谢你们。爱你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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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文译自韩国作者 장영희(汉字:张英姬)的散文作品《아름다운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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