来自GeulBam
고향을 떠나 도시생활에, 직장생활에, 결혼생활에, 자녀양육에 채바퀴처럼 돌아쳐도 시간이 모자라는 판에 게으름은 사치였다. 그러던 중 문요한의 "굿바이, 게으름"이란 책을 읽으면서 나도 엄청나게 게으른 사람이라는걸 충격적이지만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 게으름과 굿바이할 수 있는 용기도 얻게 되었다.
게으름의 실체는 무엇인가?
위장된 게으름은 대부분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매달리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게으름이란 삶의 에너지가 저하되거나 흩어진 상태이다. 작은 게으름은 삶의 주변 영역 즉 “삶을 유지해주는 일상적 활동에서 에너지가 저하된 상태”를 말하고 큰 게으름은 삶의 중심영역 즉 “발전적인 미래지향성”을 삶속에 간직하고 실천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나눈다. 핵심은 모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일은 열심히 하는 것이다. 게으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선택을 피하고 변화를 싫어한다. 게으름은 선택이 아닌 회피인데 흔한 양상은 선택의 순간을 기약없이 미루거나 결정권을 남에게 맡겨버리거나 선택의 폭을 지나치게 좁히거나 넓혀버리는 것 등이 있다. 게으름은 본질적으로 “선택을 피하기로 한 선택”이다. 그러나 게으름도 능동적으로 선택되어진 거라면 얘기는 또 틀려진다. 여유는 능동적 선택에 의한 것이고, 게으름은 선택을 피하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다. 여유는 할일을 하면서 충분히 쉬는 것이지만, 게으름은 할일을 안하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 시간을 보내고 나서 재충전이 되었다면 여유이지만 후회와 오히려 피로만 더 쌓였다면 이는 게으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으른 사람들은 변명도 다양하다. 변명이란 곧 게으른 사람들의 자기합리화다. 유독 부지런한 부분이 바로 “잔머리”와 “입”이다. 변명의 순간만큼 게으른 사람이 부지런해질 때는 없다. 게으름뱅이들의 단골 레퍼토리는 선택을 연기하고 할 일을 미룬 것에 대해 그럴듯한 구실이나 논리적 이유를 대는 것이다. 그들은 게으름을 신중함으로 미화하거나 철학으로 미화하거나 게으름을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고 부인하거나 게으름을 타고난 것 혹은 바꿀수 없는 것으로 우긴다. 그러다가 자기합리화로 방어가 안되면 결국 어느 선이 지나면 게으름을 인정하고 “자기비난”에 빠지게 된다. 자기비난은 근본적으로 자기부정이며 자기배반이다. 결국 자기비난도 큰 범주에서 보면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비난으로 비난을 방어하는 고차원적 전략인 것이다. 그럼 어떤 이유에서 게을러질가? 복합적일수밖에 없지만 대체로 아래 세가지 성격유형에서 두드러진다.
1. 완벽주의 유형: “난 완벽해야 해”자신이 게으르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완벽주의자이다.
2. 수동공격 유형: “내가 누구 좋으라고 해” 마음을 잘 열지 않고, 사람들과 깊은 관계 힘들다.
3. 과도한 낙관주의 유형: “웬 걱정? 때가 되면 잘될거야” 게으름을 피우면서도 무사태평한 유형이다.
게으름과 과연 결별할 수 있을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오스트레일리아 클레어몬트대학교 피터드러커대학원 심리학 교수)는 게으름이란 천성이 아니라 “목표와 관계를 잃을 때 나타나는 상태”라고 본다. 즉 목표와 관계를 회복하면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삶에서 희망을 떠올리지 않는 그 순간 우리는 게을러지기 시작한다. 게으름이란 마음이 방향없이 어질러진 상태다. 결국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것은 정신력의 문제다.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결론은 우리가 더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삶의 에너지를 일정한 방향으로 통합해야 한다. 무질서한 정신에 지향성, 목표의식, 동기가 부여될 때 삶의 에네지는 통합된다.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만이 지속적인 동기를 만들어낼수 있다.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것이 과연 내가 바라는 인생의 모습일까?”, “이 모습이 나의 전부인가?” 등등 삶은 깨우는 질문을 하고 내면의 소리를 듣다보면 분명 자기혁신의 선택 앞에 서게 된다. 정면으로 맞부딪혀 원하는 나를 만들어가야 한다. 개인의 삶에서 순리란 “자기로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획일적 성공과 외적 성취만이 강조되는 경쟁 사회에서 우리는 내면의 소리를 놓치기 쉽다.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린 채 남의 뒤를 쫓아가기 바쁘다. 결국 “내면의 나”와 “외면의 나”는 한없이 멀어져 외로움을 느낀다. 진짜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은 끝내 우리를 주저앉힌다. 결국 게을러지고 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기로서 살지 못할 때 몸과 마음에 병이 든다. 그리고 다시금 자기로서 살아갈 때 병이 낫는다. 결국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한 삶이야 말로 게으름에 대한 확실한 처방이다. 자기중심적인 삶이 아닌 자기실현의 삶 말이다. 자기실현이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즐기며 살아가는 삶을 말한다. 자기실현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지위, 부, 명예와 같은 외적 동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적 만족이 우선이다.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10가지 열쇠
1. 게으름에 대해 자각하라. “내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전적으로 인정하는것.
2. 게으름에서 벗어나 어디로 갈지 정하라. 자기대면의 시간을 통해 삶의 청사진 즉 비전을 새겨라.
3. 보폭에 맞게 방법을 찾고 전략을 세우고 꿈과 현실에 징검다리를 놓아라.
4. 두려움과 자기비난을 넘어서라. 두려움, 자기비난, 자기합리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5. 긍정적 습관을 만들어라. 생각, 감정, 가치, 신념 등을 바꿀 때 비로소 습관도 바뀐다.
6. 긍정에너지 네트워크에 연결하라. 삶의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에 소속되라.
7. 변화의 시스템을 만들어라. 새로운 마음의 구조를 세우려면 “반복”과 “점검”이 필수적이다.
8. 삶을 선택하라. 삶의 매 순간을 스스로 능동적으로 선택하여 선택에 전적인 책임을 져라.
9. 능동적으로 휴식하고 운동하라. 균형과 조화가 유지될 때 몸과 마음에 건강이 깃드는 법이다.
10. 삶의 효율성과 집중력을 높혀라. 중요한 일에 에너지 집중하라.
이 외에도 책에 나온 실천지침은 꽤 구체적이다. 이 모든 방법들의 핵심은 “자기로서 살아가는 것”에 있다. 자기로 살아가려면 우리는 삶의 매 순간을 능동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또한 무리를 추종하거나 다수에 편승하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와 자신의 강점에 충실해야 한다. 인간이 자유로운 것은 “자기결정”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삶에서 “선택당함”의 영역이 줄어들고 “선택함”의 영역이 늘어나는 것이다. 저자는 “너로서 살아가라”로 끝을 맺는다.
게으르지만 자기합리화에 빠져 변화의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이들, 거창한 목표만 세우고 실패를 거듭하는 이들, 지난 일에 매달려 후회로 현재를 낭비하는 이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효과적인 인생을 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