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가 참 변덕스럽다. 아침에는 흐리다가 더워졌다. 점심에는 내가 막 기숙사 밖으로 나가려던 참인데 소나기가 내렸다. 신발, 바지단은 일부가 젖었다. 바지단은 젖은 건 그나마 참을 수 있는데 신발이 젖으면 정말 찝찝하다. 양말도 같이 젖었으니까. 아무튼 날씨가 이렇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요즘 코로나가 또 심해지면서 학교의 통제도 강화됐다. 학교 밖에 나가려는 신청을 한 5번이나 했는데도 한결같이 거절당했다. 거절한 이유도 어이없을 정도로 형식적이었다. 형식만 중요시하고 우리 학생들을 한곳에 얽매는 일처리가 참 실망스럽다. 학생은 캠퍼스 안에서 공부하는 건도 중요하지만 밖에 나가서 실습을 하든가 취미 생활을 하든가, 이런저런 일을 해야 마음도 시야도 넓어질 수 있는 건 아닌가? 근데 캠퍼스 안에 얽매이는 우리는 혁신에 관한 일을 할 수 있겠어? '관리자로서 관리자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한 교수님의 말이 생각났다. 맞다. 관리자라면 그만큼의 책임도 져야 하는 건 정상 아니겠어? 자꾸 소심하면서 아무도 학교밖에 내보내지 않는 관리자가 참 무능력이다. 그리고 이 참에 모든 교수님들도 못 출입하는 건 동일한 맥락 아니겠어? 인터넷에는 '교편을 잡는 사람이 폐로 호흡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교수님들은 왜 예외일까? 설마 진짜 폐로 호흡하는 거 아니었나? 학생이라고 해서 아이 취급 좀 하지 마. 우리 다 성인이다. 나는 심지어 결혼을 한 사람이다.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나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단 말이다.
불평투성이로 취급당하고 싶지 않아서 나의 근황도 살짝 얘기를 나누고 싶다. 요즘 알바를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대학원 2차 시험 과외, 초급 중국어 과외, 초급 한국어 과외, 그리고 글 분석 과외 총 4개를 다니고 있다. 이번 학기의 수업이 많지 않아서 현재로서는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는 것 같다. 맨날 한국어로 대화도 하고 꾸준히 순차통역, 시역을 연습하고 있다. 작년 9월보다 실력이 분명히 늘었다. 발표할 때도 말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물론 충분한 연습 덕분이겠다. 다른 친구들도 다 바쁘게 일상을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다들 다 지난 학기보다 성장했으면 좋겠다.
이제 집에 안 간지 보름이 넘었다. 한동안 집에 못 가면 기분이 다운되고 에너지도 사라진다. 남편은 혼자 집에 있는데 얼마나 불쌍하겠어? 나의 꿈을 정말 굳건히 지지해 줬는데 나도 평상시에 남편을 위로해 주고 싶다. 바쁜 일상에는 누군가가 옆에 있어 주면 더할 거 없이 좋을 거다.
다음 주의 상황이 좀 풀렸으면 좋겠다. 더이상 여기 갇히고 싶지 않다. 나는 드넓은 자연을 안고 싶다. 탁구도 하고 싶다. 혹은 그냥 남편과 산책하고 싶다. 인생이 다른 건 있나? 그냥 주변에 있어준 사람이랑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 수 있는 거겠다.
오늘의 일기는 여기까지 할 거다. 다음에 다시 올릴 거다. 바이바이~